함박눈

2019년 12월 13일 금 오전 2:17


아침 잠결 귓가엔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

그거 녹은 웅덩이 같은 농담이었으나

나는 굳이 커튼을 걷었다

발 아래 지붕들이 오색빛을 꾹 쥐었다 펴 보이며

웃기지, 그랬다



알 것 같은 사람에겐 웃음이 나고 모를 것 같은 사람에겐 울음이 난다

아침과 밤은 얼굴과 등의 곡선 길이처럼 멀다



내게 등 보이지 말아요

ㅡ새까만 하늘이라 말하지 않았다

그냥 눈이 아프네요…

ㅡ안아달라고도 안 했다



아침엔 함박눈이 내렸고 밤엔 참말도 농담도 오지 않았다



그러나 자기 전엔 입가를 풀어두렴

괜찮아 민낯의 농담이 다시 내릴 거고

예보에 따르면 내일은 정말 함박눈이 온대

그거 얼마나 웃기겠니 다정하겠니